진심으로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난 살면서 한 번도 주변의 이성에게 진심으로 연애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다만 유사한 건 많이 느껴봤다.
1. 초등학생 때
초등학생 때 같은 반 남자애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내가 고백해서 200일 정도 사귀었고.. 내가 안 좋아한다는 걸 깨달아서 헤어졌다.
근데 이건 정말 조금의 연애 감정도 없이... 우정의 감정을 착각한 거였다. 연애 감정 그 근처에 가지도 않는다.
덧붙이자면 그 남자애는 사귀는 내내 유학을 가있었기 때문에 사귀는 동안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연애로 칠 가치도 없음
2. 중2 때
15살 때 18살 짜리 오빠(ㅋㅋ..)랑 썸을 탄 적이 있었다. 이 때 느낀 감정이 연애 감정과 가장 유사하다고 본다.
두근두근 설렜고, 계속 생각 나고, 너무 좋아서 친구들한테 계속 얘기하고 다녔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 날 그 오빠랑 했던 카톡을 계속 다시 읽어보고, 그 오빠가 안 볼 때에도 욕을 완벽하게 싹 끊었고, 방 청소도 매일매일 했다.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그런데 난, 그 오빠를 좋아한 게 아니라 그 오빠와 하는 '연애'를 좋아한 것이었다. 내가 그 오빠를 좋아하는 감정과, 그 오빠로부터 받는 애정을 좋아한 것이었다. 그 오빠와의 설레는 대화를 좋아한 것이었다.
내가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콩깍지가 벗겨지는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로 마음이 완전히 싹 날아가게 됐다. 그렇게 한 번에 식었다.
그리고 사실 그 오빠도 나랑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ㅋㅋ 내가 고백 차니까 엄청 매달리긴 했지만... (이 때 떼어내려고 일부러 욕 많이 쓰고 깨는 행동들을 했다) 어쨌든 알 수 있었다 이 오빠도 내가 아니라 연애를 좋아했다.
3. 고1 때
성당 오빠를 좋아했었다. 외모가 정말 내 취향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귀엽고 여자같이 생긴 예쁜 얼굴에 토끼상이었다. 아이돌같은 외모였다. 미소년 느낌
피부가 투명하고 하얬다. 눈은 크고 동그랬고, 쌍꺼풀이 두껍고 진했는데다가, 눈동자색은 엄청 밝은 갈색이어서 햇빛을 받으면 투명하게 빛났다.. 곱슬머리라 매번 고데기로 머리를 쭉쭉 펴고 다녔는데 곱슬도 예뻤고, 생머리도 예뻤다. 갈색 머리도 정말 잘어울렸다. 그런데 피부도 하얗고 아이돌상이어서 백금발로 탈색했을 때도 너무 잘 어울리고 예뻤다.
(하지만 주변 말을 들어보면 잘생기긴 했지만 뭐 엄청 잘생기거나 그런 건 아니라고 하더라)
언제 한 번 그 오빠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을 건 적이 있었는데, 순간 멍해져서 가만히 있다가 "..네?" 하고 되물었던 적도 있다.
그 오빠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서, 나도 관뒀던 그림을 다시 그렸다. 잘 보이고 싶어서 밥도 굶으면서 살 뺐다. 계속 그 오빠 생각이 났고, 다 너무 귀여웠고, 친구들한테도 이 오빠가 좋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 오빠 보는 일요일만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그 오빠랑 연애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첫째로 난 고딩 때 연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둘째로 그 오빠가 날 좋아할리 없다고 생각했고, 셋째로 그 오빠는 이미 썸녀가 있었다.
게다가.. 사실 난 그 오빠 얼굴만 좋아했다. 연락할 때는 그다지 두근거리진 않았다. 특별히 성격이 좋은지도 모르겠고.. 나와 감정적 교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멀리서만 지켜봤다.
그러니까 딱 아이돌 좋아하듯이 좋아했다. 아마도 그런 느낌..?
4. 아이돌 좋아할 때
내가 살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가장 크게 느낀 건 아이돌이다. 음... 걔들이랑 사귀는 상상은 해봤어도, 유사연애에 빠져서 열애설이 나면 슬퍼하고 그런 건 아니었다. 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연애해도 상관 없었다.. 뭐 질투할 이유가 없었다.
또 여러 명을 한꺼번에 좋아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에게 다 진심이었다.
누구는 정말 너무 좋아해서... 이건 나중에 남자친구 생겨도 이 정도로 못 좋아하겠는데...?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아했다.
하루종일 생각하면서,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고, 우울할 때 사진 보면 어느새 웃고 있고.. 내 삶의 원동력이자 행복이었다. (진짜 과몰입 개쩔었네)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하라면 밤새 떠들 수도 있었다.
5. 스무 살 때
그래도 처음 연애라고 할 만한 연애를 해봤다. 글쎄 사실 이것도... 제대로 된 연애는 아니었다. 나는 걔를 좋아하는 마음이 없었다. 외모도, 성격도, 전부 친구로서의 감정밖에는... 그래도 계속 만나다보니 정도 들고, 걔가 주는 애정도 좋았고, 가끔 설레기도 했다.
내가 걔를 이성으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에... 곰곰히 생각해보면 항상 아니라는 결론밖에 안 나왔다.
다만 나는 애정에 목말라있었고 계속해서 받고 싶어하기만 했다. 애정을 계속 바랐다. 그리고 계속 주던 걸 갑자기 회수해버리니... 상처 받았다. 그것 뿐이다.....
오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휴 드디어 헤어지는구나 싶었다.
걔가 마음이 식었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이 식은 이유에 대해 분석해보면서... 이건 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근본적인 걔만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마음이 식었다는 걸 들었을 때, 나에게서 그 이유를 찾으면서 힘들어했는데..
걔가 했던 말들, 걔가 보여준 행동, 내가 걔한테서 느꼈던 감정과 무언가의 촉, 내가 쓴 일기, 그리고 내 경험을 토대로 분석해본 결과..... 걔가 자신을 위한 연애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름 가설도 여러 개 세우고 근거도 찾으면서 철저하게 분석했는데.... 덕분에 시험공부 조졌다.
걔한테 이 얘기를 해주니 맞는 것 같다고 납득했다. 그리고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어떻게 구분하고 걸러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나라고 저러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생각해봐...
만약에 스무살 되고 저 성당 오빠를 처음 만났다면........
진짜 무조건 들이댔을 것이다.............
와우...
그렇다면 그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맞을까....?
진짜 난제다.........
근데 내가 저 오빠를 정말 좋아했으면... 지금이라도 연락해서 뭐라도 해보려고 했을 것이다. 어려운 일 아니니까...ㅋㅋ
근데 딱히 그러고 싶지 않다...
왜..?
글쎄 그냥,, 얼굴 빼고 다 내 취향 아니야..
옷 입는 것도 내 취향 아니고, 관심사도 나랑 다르고, 인스타 감성도 뭔가 달라...... 글쎄 잘 모르겠어. 그냥 그래...
성격은 뭐.. 그 오빠를 제대로 안겪어봐서 모르겠네.. 뭐 내가 싫어하는 가벼운 느낌은 아니긴 했는데..
그럼 진짜 이 상황이 반대로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거지......
그렇다면 나의 감정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지...?
뭐가 진짜인지...
상대방을 진심으로 위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건가..?
그러니까 내가 아닌 상대방에 초점이 맞춰져있어야 되는 건가?
뭐가 가짜인진 알겠어..
상대방을 좋아하는 나에 취해있는 것
자신을 위한 연애를 하는 것..(=혼자 하는 연애)
이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 이유 없이 금방 식어버리거나, 상대방도 자신을 좋아하면 식어버리거나, 아니면 상대방이 자신에게 바라는 게 있으면 식어버리는 등.. 터무니 없게 사랑이 식어버리지
또 빠르고 깊게 확 빠져버린다는 특징도 있고...
물론 여기에서 제대로 된 감정적인 교류를 하면서 진심으로 좋아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는 생각해..
그래도 이건 느꼈을 때 바로 거르는 게 답인 것 같아...
난 처음부터 느꼈는데 왜 안 걸렀지
뭐.. 어차피 내가 안 좋아하고 좋아할 일 없을 것 같고 걔가 감수하겠다던대로 환승해버리면 되니까, 그 전까지 그냥 받고나 있지 뭐....
이런 마인드였던 것 같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됐군
상처 받는 거 감수하겠다던 건 걔고.. 난 그런 거 감수한 적 없는데 나만 받고 걔는 안 받았네
그래도 뭐 나름.. 재밌었던 것도 같긴 함
걔한테서 얻는 행복이 크진 않았지만
안정도 못느꼈고 그다지 채워지지도 않았지만
마지막엔 상처만 잔뜩 받았지만
엄... 경험도 경험이고
뭐 나름 재밌었다
근데 뭔 난 남사친이 전남친 콜렉션이냐? 어이없네
왜 전남친들을 모아두고 있는 겨ㅋㅋㅋ
'내 머릿속 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애란 (0) | 2022.12.17 |
---|---|
없는 게 더 나은 사람 (0) | 2022.12.17 |
좋아한다는 건 뭘까 (2) | 2022.12.04 |
내 마음을 모르겠어 (0) | 2022.12.04 |
나랑 잘 맞는 사람 (1) | 2022.11.13 |